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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겨울 이야기: 기억 로드맵 1,000번째 주인공은?(박신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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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2-12-11 |
조회 | 44519 | ||
2012년 겨울 이야기: 기억 로드맵 1,000번째 주인공은? 박신영 과장(대림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제가 운영하는 치매클리닉의 기억력 검사 넘버가 이제 곧 1,000 번째 주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간 진료 했던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생각납니다. 78세 같이 보이는 68세 어머니를 모시고 온 외아들의 걱정은 치매가 아닌 우울증에 의한 인지저하상태라는 설명과 함께 1년 후 정기기억력 검사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왜냐고요? 1년간 꾸준히 치료도 받고 인지재활요법도 시행한 덕분에 어머니가 100% 예전모습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지요. 우울증은 가성치매라고도 하는데 적극적 치료로 인지기능이 회복됩니다. 본인도 혈액종양치료를 받으며 80세 치매 노모를 모시는 50대 딸은 치매에 대한 인식전환과 꾸준한 치료로 도둑누명(치매 증상 중 누가 물건을 가져갔다고 우기는 망상증상으로 주변인들을 힘들게 하지요)을 벗게 되었다고 기뻐합니다. 딸은 엄마가 치매라는 병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고 ‘내가 언제 엄마 돈 가져 갖느냐’며 매번 큰소리로 부딪히다 이제는 ‘응, 엄마 돈 여기있네’ 라며 제법 그럴싸한 응수로 받아줍니다. 엄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해 지시지요. 이처럼 돈이나 자기물건에 대한 집착,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은 치매의 문제 행동 중에 자주 보이는 증상이지만 조호자의 대응과 적절한 치료로 좋아질 수 있습니다. 갑상선 수술 후 제대로 약물 치료를 받지 않아 갑상선기능저하로 인한 일시적 치매가 되었던 62세 여자 환자분도 갑상선 센터와의 협진으로 완전히 좋아졌지요. 갑상선기능 저하증은 대표적인 가역성 치매의 원인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치매는 이처럼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특히, 치료 가능한 경우도 10-15%정도 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확진 검사가 필요합니다. 65세 며느리가 85세 시어머니를 모시고 왔습니다. 젊어서는 시집살이로 힘들게 하더니 , 이젠 치매 수발로 이렇게 힘들게 한다면서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며 말입니다. 꽃다운 스무 살에 시집와 서슬 퍼런 마흔 살 홀시어머니 밑에서 살아온 세월이 40년이라 했습니다. 이젠 본인도 편하게 쉬고 싶은데 어디 보내는 건 도저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며 눈물을 보입니다. 의사는 이럴 때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집니다. 그렇지요, 가능한 한 본인 집에서 가족과 오래 동안 사는 것이 치매환자에 좋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좋아지는 경우도 많지만 여전히 고생하시는 환자, 보호자분들도 많습니다. 얼마 전 난폭한 행동을 하는 치매 부인을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은 투신자살하려던 70대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보도 되었지요. 또, 자신을 죽이려고 독약을 먹인다는 78세 어머니를 돌보는 50대 딸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호흡곤란 증상이 생겨 응급실에 수차례 가기도 합니다. 얼마나 힘든지는 같이 사는 가족이 아니면 알기 어렵습니다. 주조호자 혼자서 모두 감당한다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주조호자가 숨쉴 수 있도록 자유로운 시간을 주거나 다른 조호자들이 물질적인 도움을 드려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좀 수월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태어나 어머니 아버지께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헌신과 사랑을 만 3년간은 받습니다. 기저귀 떼고 엄마, 엄마 찾지 않는 나이가 세 돌이지요. 그때 받았던 보살핌을 이제 돌려드린다 생각하세요. 딱 세 살배기 아기라고 생각하시면 좀 낫습니다. 배우자가 치매라면 젊어서 좋은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가난했지만 알콩달콩했던 신혼시절, 아껴서 집 장만하고 애들 키우던 그때를. 치매라는 병의 여정은 길고도 험난합니다. 하지만 그 여정을 잘 알고 간다면 막다른 골목길이 나왔을 때 덜 당황하게 됩니다. 시장기를 채워줄 간이식당이 어디어디 있다는 것도 알면 허기진 채 걸어도 희망이 생기고요. 어디부터 어디까지는 물을 파는 가게가 없으니 미리 많이 준비해서 가야 한다는 것도 알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이제 1,000번째 주인공에게는 좀 더 자세한 기억 로드맵을 드리려 합니다. 저의 작은 선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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